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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는 과거 단순한 선악 구도나 영웅 서사에서 벗어나, 점점 더 복합적이고 현실적인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캐릭터 하나하나에 깊이 있는 서사와 감정선이 담기며, 관객은 이를 통해 더 큰 공감과 몰입을 느끼게 됩니다. 이 글에서는 최근 한국 영화 속 인물들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어떤 트렌드가 중심에 있는지를 ‘복합성’, ‘현실성’, ‘공감대’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분석합니다.
복합성, 단순하지 않은 인물의 매력
과거 영화 속 캐릭터는 선한 주인공과 악한 악당으로 명확히 구분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한국 영화에서는 그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인물들이 선과 악의 단면적인 구도가 아니라, 내면의 갈등과 모순을 가진 ‘복합적인 존재’로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영화 <기생충>의 기택(송강호)은 가족을 위해 살아가는 아버지이자, 동시에 남의 집을 속이고 들어가는 사기꾼입니다. 이러한 이중성은 인물을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고, 관객으로 하여금 단순히 평가하거나 판단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복합적인 캐릭터는 이야기의 긴장감을 높이고, 극의 몰입도를 강화시킵니다. 단순히 행동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행동의 배경과 동기, 내면의 심리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복합성은 캐릭터의 성장 가능성을 열어둡니다. 변화할 수 있는 인물, 예측할 수 없는 반전을 가진 인물은 관객의 흥미를 끝까지 유지시킬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현실성, 관객 가까이 다가온 인물들
현대 한국 영화에서는 실제로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들이 중심으로 등장합니다. 특별한 능력을 지닌 영웅보다는, 현실에 존재할 법한 고민과 감정을 가진 보통 사람들이 주인공이 되는 흐름이 두드러집니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의 김규평(이병헌)은 권력의 중심에서 갈등하는 리더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묘사하며, 영화 <미나리>의 제이콥(스티븐 연)은 한국계 미국인 가장으로서의 어려움과 고뇌를 사실감 있게 보여줍니다.
이러한 현실성은 관객으로 하여금 ‘저 사람은 내 이야기 같아’라는 느낌을 갖게 하며, 감정이입을 쉽게 만듭니다. 대사 한 마디, 행동 하나에서도 진정성이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현실에서 겪을 수 있는 갈등과 감정을 토대로 인물을 구축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국 사회가 가진 복잡한 구조 속에서, 영화 속 캐릭터들은 청년 실업, 가족 해체, 세대 간 갈등 등 현실적 문제를 자연스럽게 반영하며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현실성 있는 캐릭터는 이야기를 더욱 사실감 있게 만들고, 사회적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도구로 활용됩니다.
공감대, 마음을 움직이는 감정 설계
영화 속 인물이 관객과 진정으로 연결되는 순간은 바로 공감이 일어날 때입니다. 최근 한국 영화는 이런 공감을 유도하기 위해 인물의 감정선과 선택의 이유를 더욱 섬세하게 설계하고 있습니다.
<벌새>의 은희(박지후)는 사춘기를 겪으며 혼란스럽고 외로운 감정을 겪는 청소년입니다. 그녀의 일상과 고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관객이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힙니다.
이처럼 캐릭터와 감정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지점이 많을수록 관객은 영화에 더 몰입하게 됩니다.
공감은 단지 비슷한 경험 때문만은 아닙니다. 인물의 결핍, 좌절, 희망, 용기 등 인간 보편의 감정을 제대로 건드릴 수 있다면, 나와 다른 환경의 인물이라 해도 그를 이해하고 응원하게 됩니다.
최근 시나리오 작법에서도 감정 설계가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히며, 관객의 감정을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가가 캐릭터 중심 서사의 핵심이 되고 있습니다.
복합적이고, 현실적이며, 공감 가능한 인물은 이제 한국 영화의 기본 공식이 되었습니다. 화려한 장면보다 진정성 있는 캐릭터가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시대입니다. 한국 영화가 계속해서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기 위해서도 이 ‘사람 중심의 서사’는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결국 ‘사람’입니다.